계엄 해제 촉구 결의안 통과 때나 필리버스터 때 외에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할 때의 중계를 봐본 분들은 아마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어유 막 한꺼번에 수십 건을 상정하고 설명 조금 듣더니 찬반 표결을 바로 하네?"
그리고 덧붙여 이런 생각도 했을 수 있다.
"다 찬성이네?"
| 간호법은 심지어 여야 합의처리였는데 윤새끼 썁놈이... |
사실 뉴스에 '쟁점 법안'이라는 범주로 소개되는 몇몇 법안을 제외하면 국회에서 입법하는 거의 대부분의 법안은 무쟁점 법안이다. 말 그대로 여든 야든 어디든 딱히 이의가 있지 않은, 누가 봐도 입법하는 것이 타당한 그런 내용이라는 뜻이다. 가령,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벌금이나 과태료를 그에 맞게 좀 올려야 현실성이 있다거나 어느 법의 내용이 바뀌어서 다른 법의 적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이쪽 법은 거기에 맞게 고쳐져 있지 않을 때 그 어긋난 부분을 맞춰 준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전에 이 블로그에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국회는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해서 위원회에서 심사한 국회의원의 중지를 믿고 본회의에서는 그 법안을 대체로 통과시킨다.
그럼 부결은 안 나나? 아니다. 본회의 부결은 드물게 존재한다. 인사 비준동의안의 경우는 왕왕 있고 법안의 경우에도 존재한다. 다만 통상 각 대수에 다섯 손가락 이내다. 제20대 국회의 경우는 4년 통틀어 두 건,
제21대 국회도 4년 통틀어 두 건이다.
지금 임기 개시 1년반 정도 된 제22대 국회는 어떤지 보자.
임기는 아직 반도 안 지났지만 벌써 두 건이다. 잠깐 하나하나 살펴보면...
윤새끼 정부가 제출했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내리고, 자녀 상속 공제 기준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었다. 재석 281인 중 찬성 98인, 반대 180인, 기권 3인으로 부결되었다. 부결된 날은 2024년 12월 10일 내란으로 어지럽던 와중인데 예산안 부수법안 중 하나로 상정되었다가 '초부자 감세다'라는 반대의견이 당시 범야권에 우세해서 내란 순장조 외 야5당(룸준석당은 찬성했다)은 전부 반대 표결을 했었다.
그리고 2025년 11월 13일에 부결된 법안인 항공보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다소 논란이 있다.
| 출처 :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229120.html |
이 법안은 내란 순장조 '날리면' 김은혜 씨가 발의한 법안이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법안으로 분류된다. 이 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본회의에 불참한다고 뒤늦게 공지되자 내란 순장조 뺏지들이 항의의 뜻이라며 전원 퇴장(머릿수가 모자라니 퇴장 외엔 암 것도 모담)했고 재석 155명 중 찬성 75명, 반대 45명, 기권 35명으로 부결되었다.
이를 두고 솔직히 속 좁게 뭐 그랬냐 싶은 생각이 먼저 들긴 한다. 상임위에서 합의처리를 했다면 뭔가 충분한 논의를 했겠지 싶은데(나도 확인은 안 해봤다.) 그걸 기어이 부결을 시켜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더구나 여객기 참사 관련 법안이라고 하니 그 희생자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필요한 법안이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내란 순장조에서 민생법안에 화풀이를 했다는둥, 여객기 참사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는 둥, 하는데 그렇게 중요했으면 퇴장은 왜 하고 제안설명조차 안 하는 것은 뭐냐고 일단 묻고 싶다. 정작 대표발의한 '날리면' 김은혜 씨 본인도 퇴장해서 표결에 참여를 안 하면서 부결시켰다고 욕하는 건 참 무슨 양심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일부 의원은 해당 법안의 주요내용 중 "항공보안 자율신고의 대상이 되는 보안사고를 발생시킨 자가 그 발생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항공안전 자율신고를 한 경우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 어떤 의도가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반대 내지 기권을 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렇듯 본회의 부결이란 꽤나 손에 꼽히는 이벤트라서 국회에서 오래 일한 분들 중에는 이걸 일일이 기억하는 분들도 간혹 있는 걸 봤다. "18대 때는 변호사시험법 법사위에서 다 통과시켜놨더니 강ㅇㅅ이가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으로 피토해가지고 부결시켰잖아!" 같은 유별난 에피소드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앞으로 뉴스를 볼 때 기자가 "본회의에서 뫄뫄 법안이 부결되었습니다."라고 리포트한다면 '아, 꽤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구나?' 하고 생각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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