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은 이제 한 90%는 전자소송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는 현직 변호사가 아니지만 이래저래 접하는 말씀 들어보면 그렇다. 잠깐 전자소송이 뭔지 보면 이렇다.
출처 : https://ecfs.scourt.go.kr/psp/index.on?m=PSP720M01 |
쉽게 말해서 서류의 접수, 증거 자료 제출, 제출된 사실 확인, 사건 진행 확인, 기록 열람과 발급 같은 소송행위를 다 전자적으로,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현재 특허, 민사, 가사/행정, 보전처분, 회생/파산, 시/군법원, 민사집행/비송사건에 전자소송을 시행 중이다. 물론 이 모든 소송에서 전자적 접근이 어려운 계층이 있고 하기 때문에 종래의 종이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의 소송도 여전히 진행한다. 이것을 종이소송이라고 흔히 부른다.
이 얘기를 왜 꺼냈냐면 2025년 5월 2일 법사위의 이 장면 때문이다.
법사위 김용민 위원이 7만 쪽 복사는 다 해줬습니까, 라고 한 건 형사소송만은 아직 모든 소송이 종이소송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엄격하게 종이, 서면, 그중에서도 원본의 가치를 따진다. 오죽하면 수사자료 원본이 법원에 넘어가 있는 동안은 체포/구속기간에서 빼주기까지 하게 되었겠는가. 법원이 검찰로부터 수사자료 정본(원본)을 받아 검토하는 동안에는 원본이 법원에 가있고 그 동안에는 자료가 없으니 수사기관이 수사를 더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시간을 빼주게 된 것이다. 그 정도로 엄격하게 종이서류 초본/등본 여부까지 따지는 게 형사소송이다. 그래서 드라마 '비밀의 숲'의 황시목 검사도 보따리에 서류를 싸들고 다닌 것이고 실제 서류는 그거랑은 비교도 안 되게 많아서 검찰청에는 서류를 운반하기 위한 특수 디자인의 카트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그래도 일단 백 번 양보해서 형사기록전자사본화에 따라 사건기록을 전부 전자화 했다는 건 알겠다. 또, 다가올 2025년 6월 9일부터는 형사사건 재판도 전자소송을 도입하기도 한다. 다만 그 날 이후로 재판을 개시하는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이고 그 전의 사건에는 여지 없이 종이소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최소 몇 년은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종이소송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중이다. 같은 날 박은정 위원의 법사위 질의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저렇게 답변을 했다. 4일만에 6~7만 페이지를 다 보고 의견을 냈고 다수의견 판결을 내렸다고. (본인은 빠졌다고 쉽게 말하네, 라는 것이 내 감상이긴 하지만)
또 백 번 양보해서 종이든 전자문서든 다 봤기만 하면 그래도 보고 판결을 내린 것이기는 하겠는데 정말일까? 잠시 타임라인을 따져보자.
공소제기 2022년 9월 8일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1심 선고 2024년 11월 15일 유죄 징역 1년 집유 2년
항소심 선고 2025년 3월 26일 무죄
상고심 접수 2025년 3월 28일
소부 배당 2025년 4월 22일
전원합의체 회부 2025년 4월 22일(소부 배당 당일 배당한 지 2시간만에 대법원장 직권)
전원합의체 첫 번째 합의기일 2025년 4월 22일(소부 배당 및 전원합의체 회부 당일)
전원합의체 두 번째 합의기일 2025년 4월 24일(두 번째이자 마지막 심리)
전원합의체 선고기일 지정 2025년 4월 24일
전원합의체 선고기일 발표 2025년 4월 29일
전원합의체 선고 2025년 5월 1일 유죄 취지 파기환송
원래 소부에서 심리해서 전합 회부해야 하는 건데 그거까지는 백 번 양보하더라도(사실 양보 못함. 이재명 후보가 나의 사건 기록 조회하면 무려 소부 배당보다 전합 회부가 먼저 뜸. 절차 알기를 쥐뿔로 앎.), 그럼에도 우리 위대하신 대법관 나으리들께서 축지(紙)법을 어떻게 쓰신 건지 궁금하긴 하다. 우선 전자기록으로 보셨다니까 이틀만에 유죄의 심증을 형성할 만큼 사건을 검토하셨다면 그 로그 기록을 내놓으시기 바란다.
그래서 만약 현실적으로 전자기록으로 6~7만 페이지를 다 못 읽으셨다면 아래 보도자료에 적시하신 대로 1심과 항소심 판결문, 공판기록, 상고이유서, 변호인 답변서, 의견서 검토를 하신 내용이 눈에 좀 들어온다. 뭐 저 정도만 검토한 거면 이틀만에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 대법원 보도자료 https://www.scourt.go.kr/news/NewsViewAction2.work?pageIndex=1&searchWord=&searchOption=&seqnum=1649&gubun=702 |
하지만 이미 천대엽이 법사위에서 사건기록을 다 전자기록으로 봤다고 말했잖아? 그럼 위증을 한 건가? 물리적으로 이틀만에 그걸 다 볼 수 있나? 아!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그럼 2025년 3월 28일 이후라는 건데 소부 배당이 되기 전에 대법관 나으리들은 예지력이 있으셔서 아아 이 사건을 위대한 조희대 대법원장께서 전원합의체 회부할 미래가 보이는구나, 해서 미리부터 사건기록을 열람하셨다는 말인가? 하지만 법관은 자기 사건이 아니면 막 남의 사건을 열람하고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착수해서 연구하고 심증을 형성하고 그러는 재판행위를 하면 안 되는데????????
전합 회부가 정해지기도 전에 이걸 다같이 기록 검토하고 하셨으면 이거야말로 사법농단이잖아?
현직 대법관 나으리들께서 단체로 으쌰으쌰 짬짜미 하신 거잖아?
대법관 나으리들이 축지(紙)법을 쓰신 건지 사법농단을 하신 건지 한 번 가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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