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헌법 제84조의 해석

이 블로그를 시작하고 '이렇게 매일 헌법을 보고 있게 될 줄 몰랐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5월이 됐는데도 계속 헌법을 보고 있다.


헌법 제84조의 해석을 두고 매일 말이 많다. 민주당에서 이 헌법 제84조의 내용을 뭔가 맞춤형으로 개정하려고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내기도 했다는데 그럼 대체 헌법 제84조는 그렇게 해석의 여지가 그렇게 많은 건지 썰을 풀어보려고 한다.


조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1)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

: 원래 헌법이라는 게 그렇게 조목조목 따지는 법이 아니고 두루뭉술 원칙적인 이야기만 해둔 법이다. 그런데 굳이 여기에 콕 찍어서 내란과 외환죄를 명시를 해두었다. 내란과 외환은 국가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제헌국회 때 기록을 찾아보면 이렇게 적시한 것은 다른 범죄면 탄핵하는데 내란과 외환죄는 중대성과 긴급성 때문에 탄핵절차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소추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근데 어째 요즘 과정을 보면 탄핵이 빠르고 소추가 더 느린 것 같네...


2) 재직 중

: 임기만료 후나 탄핵 인용으로 직을 상실한 경우에는 일반시민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3)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 주로 소추의 개념과 범위가 문제가 된다. 국어사전에 따른다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용어의 해석으로 볼 때는 일반적으로 기소와 소추의 의미가 전부 다른 것으로 본다. 공통적으로 '법원에 대하여 심판을 구하는 의사표시'이기는 하나 기소는 형사사건에 관하여 검사가 법원에 대해서 그 심판을 구하는 의사표시이고 소추란 형사상의 소를 제기하여 수행하는 것을 말하며 '기소'보다 넓은 개념으로 본다.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국가소추주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소추에 대하여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6조(국가소추주의)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


즉, 소추는 형사사건에 대한 공소의 제기와 소의 수행까지이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리고 다른 형사소송법 조문에서도 기소와 소추를 분류해서 명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 거부) 누구든지 자기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형사소추(刑事訴追)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1.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사람
2.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


그 다음으로 공소의 제기는 수사부터 볼 건지 수사는 임의수사인지 강제수사인지, 취임 전 이미 기소가 된 경우에 재판을 진행할 것인지가 문제시 된다. 헌법 제84조의 소추를 일반적으로 해석해서 재임기간을 '내란과 외환을 빼면 재판권이 없는 상태'로 해석한다면 재판을 더 진행할 수 없는 게 맞다. 하지만 소추를 그냥 기소로만 한정한다면 재판의 진행 자체는 재임기간에도 그냥 계속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외국의 경우를 찾아보니 미국은 연방헌법에 관련 내용이 아예 없지만 연방 법무부의 법률자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은 기소와 여타 형사절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러 차례 유권해석을 내린 바가 있다고 한다.

가까운 나라 대만의 경우는 천수이볜 총통의 부정부패 스캔들 때에 수사 가능여부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이 때 사법원에서 "대통령의 임기 중에는 수사·소추·재판진행이 일시적으로 금지되나, 대통령의 존엄과 권한 행사에 직접 관련이 없는 조치나 범죄 현장의 직접적인 검사는 허용된다"라고 해석하였다.


지금까지 이 조항이 별로 문제시 되지 않은 건 적어도 6공화국 헌정 이래 이런 상황이 처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항은 만약을 대비하여 존재했지만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조항이니까. 형사소송법에서 헌법 제84조의 내용을 좀더 명확화한 법안을 내는 것은 뭐 타이밍이 썩 거시기 해서 그렇지 그거 자체로 뭐 이상하게 볼 것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져 온 문언 해석을 굳이굳이 자기들 좋을 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건데 요즘 법의 적용과 판단에 있어서 이런 일들이 너무 많다보니 정말 피곤하기 짝이 없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