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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미안해

'출판기념회 두 번에 2억5천이라... 그게 되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14/0001432182?sid=100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하여 혹시나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까 하여 적어본다.

나는 영감의 출판기념회를 두 번 준비해보고 두어 번 도와주러 갔었고 회관 생활하면서 몇 번 구경도 갔었다. 출판기념회와 관련해서 기억에 남은 것들을 조금 적어보겠다.


1) 두 번에 2억5천이 돼?

- 국회의원의 경우(그리고 공직후보자가 될 생각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 기부행위를 하면 안 된다. 


- 고로, 무언가를 공짜로 제공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아무런 대가 없이 제공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게 출판기념회랑 무슨 상관이냐고? 책을 공짜로 나눠주면 선거법에 걸린다는 이야기다. 

- 이게 2억5천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책을 그냥 줄 수 없고 책값을 반드시 받고 주어야 하는데 그 책값을 얼마 줄 건지는 주는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다. 고로 나는 책 한 권을 1만 원 주고 살 수 있는데 재드래곤은 책 100권을 1억 주고 살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출판기념회 두 번에 2억5천? 방문자가 매번 한 500명 되고 누구는 5만 원 내고 누구는 50만 원 내고 그런다면 충분히 저 액수가 나온다.


2) 출판기념회를 하는 책

- 정치인이 썼다고 하는 책들에 대해서 나는 대체로 믿음이 없다. 본인이 썼다는 믿음이 없다.

- 일단 내가 일했던 방에서 했던 출판기념회용 책들은 전부 보좌진이 대신 써준 책들이었다. 그러니 책에 대해서 본인이 잘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요내용은 당연히 숙지를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정말 보좌진이 써서 다행인 경우도 존재한다.

- 본인이 쓰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근데 그렇다고 그게 더 나은 선택인지도 잘 모르겠다. 영감이 직접 쓰긴 썼는데 하루만에 '나 오늘 책 쓸 거야' 해서 정말 하루만에 다 썼다고 그 방 보좌진한테 들은 책도 있긴 했다. ㅈㅇㅇ 씨의 'iㅈㅇㅇ'이라는 책이었다.  

- 내용은 더 가관이다. 그나마 자서전 같은 썰풀기라든지 의정활동 보고 느낌의 책이면 준수한 수준이다. 차라리 대필작가라도 붙었다면 감사해야 한다. 정말 나무야 미안해 수준의 안습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다.


3) 트렌드

- 모 의원이 진짜 기깔나는 프로필 사진을 찍고 그걸로 책 표지와 출판기념회 포스터를 만들어 국회를 뒤덮은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얼굴에 좀 자신 있다, 싶은 의원실들은 기깔나는 사진을 찍고 그 얼굴로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는 트렌드를 보였다.

- 한 때는 대담 형식을 취해서 영감의 말인 것처럼 책 쓰는 게 유행인 때도 있었다. 물론 대담 자체가 허구고 걍 보좌진이 다 쓰는 경우가 많다. 

- 자서전류가 유행하던 때도 있었다. 정치신인이나 특이한 이력과 경력, 배경을 지닌 정치인들이 이런 형식을 선호한다. 

- 이런저런 모든 책을 다 내봤어도 선거 때 다가오면 또 비슷한 얘기 또 하는 책을 또 낸다. 애초 책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4) 그 외

- 이딴 걸로 돈을 안 땡겨도 상관 없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정몽즙이라든가 정몽즙 같은... 이 양반은 그냥 내가 출판기념회를 하면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촐판기념회를 연다. 그래서일까? 아예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장소에 교보문고 포스기와 교보문고 직원 분을 출장시켜서 직접 교보문고를 통해 책을 정가제로 살 수 있게 한 적이 있다.

- 내빈 소개할 때 빼먹으로 삐치는 영감들이 왕왕 있다. 근데 사실 보좌진이어도 듣보잡 영감들은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솔직히 선거공보 프로필 사진엔 뽀샵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평소 쩔어 있는 뺏지들과는 얼굴 매치가 안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영감들 많이 아는 보좌진 친구를 도우미로 섭외에서 참석 내빈 기록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 아직도 깨지지 않은 역대급 양아치적 한몫 단단히 땡기기 출판기념회는 이거였다. ㅇㄱㅎ 당시 예결위원장 정기국회 개원식날 오후에 진행한 출판기념회. 정기국회 개원식은 일단 모든 정부부처나 소관기관 사람들이 거의 다 온다. 더군다나 예결위원장? 모든 정부부처가 다 굽실거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국회에 1년 중 사람이 가장 많을 날에 돈을 받는 행사를 연다? 모르긴 몰라도 그 날 진짜 현금 엄청 긁어 모았을 것이다. 회관에서는 보좌진끼리 저 영감은 저 돈으로 그 다음 선거까지 준비해도 되겠다고 낄낄거렸을 정도였다.

- 식전 행사 같은 걸 조금씩은 준비한다. 근데 이것도 위에서 본 것처럼 까딱 잘못하면 기부행위가 된다. '공짜로 공연을 보여줌'이 되어서. 그래서 아마추어 팀을 섭외한다든가 동호회를 섭외한다든가 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특히 지역구에서 이런 건 잘 구한다.

- 북콘서트 같은 형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영감이 직접 책을 썼거나 최소한 책 대필에 깊이 관여라도 한 경우에나 가능하다. 그리고 솔직히 평일 낮에 그런 행사를 했을 때 북콘서트 같은 형식을 선호할 일반 유권자가 뭐 얼마나 참석할 수 있겠는가. 정치 고관여층이나 다음 지선 공천 받고 싶은 후보 워너비들은 북콘서트를 원하는 수요자들도 아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여러 모로 참 좋게 굴러갈 수가 없는 이벤트다.


그냥 좀 싹 다 안 했으면 좋겠다. 너무 나무야 미안해 이벤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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