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지 생각을 해봤다. 물론 당연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헌재의 지나친 늑장에 지치고 화가 나고 속이 부글부글하지만 불법계엄이라는 충격이 터진 그 날밤보다 지금이 더 괴로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좀더 생각해봤다. 1. 개인적으로 내 첫 반응은 '왜 하필 오늘이지? 국회가 해제할 텐데?'였다. - 한해 중 정기국회의 하일라이트, 신년 예산을 처리하는 시기였다. 여야가 옥신각신한다는 기사가 종일 나고 이런저런 급박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웬만하면 당에서 영감들한테 멀리 가지 말고 연락 잘 받으라고 하는 시기다. 당연히 야당 의원들 전부 금세 소집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고 예상처럼 2시간만에 해제 촉구가 가결이 됐다. 여기까지는 당연히 예상한 대로에 가까웠다. 급박하긴 했지만 이 과정까지는 당연히 성공할 거라고 믿었다. 블루스카이에도 여러 번 쓴 적 있듯이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이나 월담을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있거나 실제 해봤거나 십중팔구는 있다. 본인이 넘지는 않았더라도 그랬다 카더라는 썰은 자주 보고 듣는다. 그러저러한 방법으로 보좌진과 사무처 직원들이 모두 싸워 이겨줄 것까지도 믿고 있었고 믿음은 현실이 됐다. 그리고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실제로 많은 군인의 적극적 사보타주까지 합쳐져서 이 과정은 가능했었다. 심장은 벌렁거렸지만 이 과정까지는 그래도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2. 그 다음은 사실 좀 오만한 예상이었다. - 그동안 윤새끼를 탄핵할 구체적인 구실이 없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탄핵의 명분이 생긴 것이었다. 나는 내심 이야 탄핵하고 싶었는데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거 아닌가 생각을 했었다. 지금 기준 오만한 생각이었다. 물론 그 새끼들은 해제가 허무하게 될 줄, 군대가 비협조적일 줄 채 계산하지 못하고 정말 계엄을 성공시킬 작정으로 그 모든 일을 계획했기에 감행을 했던 것이지만 나는 비로소 정말 무리 없이 탄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근데 여기서부터 슬슬 진짜 스트레스가 시작됐다. 내란 순장조 새끼들이 한 번 부결을...